여행
건너다 방조제 시화호
어트레이유
2011. 4. 25. 23:58
Go Alone #02 from Uritown on Vimeo.
열시간 전에 떠올린 생각을 열시간 후에 실천하다.
갈 때는 해가 비췄으나 올 때는 먹구름을 안고 왔다.
4호선 정왕역에서 낼려 처음 걸어보는 길을 설레임 반 걱정 반 섞어
유재석 씨를 닮은, 고등학교 시절 독서신문을 지도하던 국어 선생님과 닮은,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 버스를 타고 (번호는 123이었다) 어렸을 적 와봄직한
오이도 어디쯤을 지나 버스로 방조제를 가로질렀다.
처음 생각했던대로 방아머리라는 곳에서 내렸고,
그곳에 있는 것이라곤 손칼국수집이 전부라는 사실에 실망했으며,
삼십분 정도 패밀리마트와 세븐일레븐을 기점으로 배회,
조력발전소의 거대한 풍차 아래 목을 대밀고 내 목을 훔쳐보라 베짱을 부리던 것도 잠시,
탈선해버린 자이로드롭처럼 내 머리 위로 떨어질까하여 소스라지게 도망,
하여 방조제를 가로질러 오이도로 돌아가는 여정에 올랐다.
처음엔 이것저것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여기저기 내밀다가 반복되는 풍경에 지치고,
군대시절 다친 내 왼쪽 다리의 종아리에 위치한 힘줄이 이상한 아픔의 신호를 내보낼 때,
슬슬 나는 힘이 들었고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화가 났고,
이 길이 오로지 내것이라는 벅차오름이 지루함으로 화해가고,
신발이 커 뒷꿈치가 쓸리고 그것이 무릎 뒷쪽 근육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걸음이 더뎌질 때,
참고 참던 소변을 해결할 수 있는 공용화장실을 뒤로하고 걸은지 두시간 후,
빛이 힘을 잃고 하늘 바탕이 점차 검은 색으로 칠해지기까지(노을하나없이)
또 다른 화장실은 커녕 몸을 가려 일을 볼 수 있을만한 장소도 없이,
만천하에 벌겨벗겨진 느낌인 채로 시간이 걷기를 강요할 때,
나라는 사람이 보였다.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노래하고 욕하고 있는 나라는 사람을 보았다.
그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