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 3호선 교대역에서 전동차에 올라타자마자 수레에 쌓인 커다란 과일 상자들이 보였다. 몇 정거장 지나자 전동차 저 쪽 끝에서 누군가 딸기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등이 아치형으로 굽은 그 할머니는 딸기상자를 들고 이 쪽 무더기로 오는 동안 몇 사람에게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권하셨다. 이내 더듬거리는 발걸음으로 무더기 앞에 도착한 할머니는 손에 들고 있던 딸기상자를 수레 위 과일상자 위에 합쳐놓는다. 수서역에 이르렀다. 할머니는 "내려야 하는데" 를 연신 되뇌이며 앞에 있는 청년들을 바란다. 수레는 두 개. 할머니는 혼자. 청년들은 아니 일어설 수 없다. 목적지가 그 곳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우물쭈물하며 이내 과일상자가 올려져 있는 수레와 함께 내렸다. 나는 엉덩이가 반쯤 들렸..
2011.03.04